두근두근 새내기!(2) <퀴어가이드 10호 발췌>

내가 처음으로 남자를 사랑한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동성애자라는 개념조차 알지 못했던 그 때, 나는 분명히 그 감정을 ‘사랑’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그 아이의 이름과 사랑이라는 낱말을 공책에 또박또박 적어본 기억도 난다. 이성애와 동성애, 그 경계를 구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자연스럽게 그 아이를 사랑했던 것 같다. 같은 해 3월 14일 화이트 데이, 나는 같은 반 여자 아이로부터 엄청 커다란 사탕을 받았다. 언뜻 기억나기에는 내 머리보다도 더 컸던 것 같다. 그러고 나서, 내가 한 일은 지금 생각해 보면 좀 우습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것이었다. 난 그 큰 사탕을 억지로 가방에 숨겨서 학교를 나온 뒤, 어딘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 사탕이 마치 요물인양 버려버렸다.
그 후 중학교 2학년 때쯤, 인터넷을 통해 내가 게이 라는 것을 처음 인식했다. 그럼에도 적어도 그 때까지는 나는 아무런 문제도 느끼지 못했다. ‘그냥 나중에 좋아하는 사람 만나서 어떻게 잘 살겠지’ 라고 하면서, 별 걱정도 없이 막연히장밋빛 게이라이프를 꿈꾸며 지냈다.
그러나 고등학교 입학 후, 문제가 찾아왔다. 같은 교실에서 또래 아이들과 더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나는 내가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것을 점점 더 뚜렷하게 느끼게 되었다. 그 차이점은 계속해서 점점 더 나를 힘들게 했다. 겉으론 어울리고 있어도 속으론 어울리지 못했다. 매일 거짓말만 하다 보니 친구들처럼 느껴지지도 않았다. 가족에게도 같은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혼자라는 생각에 외로웠다. 그래도 그 때는, ‘대학만 들어가면 다 괜찮아 질 거야’ 라며 또 자신을 위로하며 견딜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이제 대학생이다. 이제는 오래 썩혀둔 그 문제를 해결해야지, 라고 굳게 다짐했다. 성적소수자 외에 다른 소수자들도 그러하듯이, 내가 아픔을 달래기 위해 택한 방법은 나와 같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었다. 서로 공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을수록, 차이가 만들어 내는 소외감도 덜 느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동아리도 가입하고, 나처럼 남자를 사랑하거나 혹은 여자를 사랑하는 사람들도 나보고, 또 그러는 와중에 친구들도 사귀면서, 내 속은 좀 후련해진 듯하다. 전만큼 답답하지도 않고, 걱정도 덜하고, 무엇보다 전보다 그저 사는 게 더 재미있다..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것을 일찍 깨달은 사람일수록, 주변 사람과의 차이도 일찍 자각할 것이다. 그리고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고민 때문에 하는 속앓이도 그만큼 일찍 시작될 것이다. 아직 아무에게도 아무것도 말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나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하고 싶다. 그리고 나도 그렇다고, 말하고 싶다.

퀴어가이드 10호 pp.29-30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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