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거짓말 <퀴어가이드 10호 발췌>

나와 몇몇 내 친구들은 다른 사람들 보다 조금 특별하다. 일반인들과 조금 다른 이반으로 살다 보면, 무의식적으로 튀어 나온 말들을 넘기기 위한, 이반임을 숨기기 위한 거짓말을 해야만 하는 순간이 여럿 있다. 그래서 주변의 이반 지인들은 주변 일반들에게 어떤 순간에 거짓말들을 하면서 살고 있는지, 알아보고, 가장 많은 동감을 얻은 유형의 거짓말들에 4위까지 그 순위를 매겨보았다.

1위 : 이성 연예인 좋아하는 척 하기

소덕들 틈에서 샤이니!를 외치고 싶지만 소덕인척 하기 / 시크릿 좋아하는 척 했지만 사실 비스트가 더 좋아 / 윤하 언니 너무 좋아 언니 날 가져요 엉엉 등등의 의견이 나왔다. (위에 열거된 연예인 외에도 다수의 연예인이 언급되었지만 지면상 생략한다…..) 나도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많이 한 거짓말이 “소녀시대 수영 진짜 좋아해” 인데 이것 때문에 내 친구들은 내가 진성 “소덕” 인 줄 알고 있다. 이제 이런 말 그만하고 싶다 제발!

2위 : 애인 성별 바꾸기

이번 빼빼로데이 때 애인이 빼빼로 만들어줬다고 자랑했다가 남친이 빼빼로도 만들어 주냐고 역공 들어와서 요리배우는 남친이라고 둘러대느라 혼났음/ 군대갔다 온 친구들이랑 군대이야기 하다가 애인한테 들은 이야기가 얼핏 나와 버려서 애인 오빠가 예비역이라고 말 돌리느라 혼났다 / 친구들이 “넌 왜 남자친구 라고 안 부르고 애인이라고 부르냐 혹시 애인이 여자 아니냐” 할 때 간 떨려 죽을 거 같다.  글을 쓰는 본인도 애인을 사귀면서, 남자친구를 남자친구라 말하지 못하고… “응 여친 귀여워 근데 사진은 보여줄 수 없다…” 따위의 망발을 한 적이 있었는데 … 후….. 둘러대느라 죽는 줄 알았다. 친구들은 아직도 내가 그때 상상연애 를 한 줄로만 알고 있다. 이 자리를 빌려 말하고 싶다. “그때 솔로 아니었거든!”

3위 : 호모포비아인 척 하기

친구들이 홍석천 욕할 때 같이 막 욕하고 “아 게이 더러워” “아 내 주변에는 없겠지” 하는 놈들아 … 내가 게이다 이 나쁜 새키들아… 같이 까고는 있지만 속으론 울고 있습니다. / 가끔 “넌 남친보다 여친이 더 어울릴 거 같아” 라는 소리 들으면 뜨끔해서 오히려 “와 이년이 내 시집길 막네” 하면서 화내는데, 사실 들을 때 마다, 말할 때 마다 찔려 죽을 거 같아. / 친구가 “너 남자 좋아하냐” 할 때마다 오히려 정색하고 “죽을래? 왜 그러냐 짜증나게” 하고 화내버리기 / 등등 자신의 정체성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거짓말을 할 때마다 조금 슬프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 그만 좀 하라고 이 헤테로섹슈얼들아! 니들 나빠요.

4위 : 연애 관심 없는 척하기

“Q: 왜 연애 안해? 결혼 안할꺼야? 애인은 없어?” “A: 별로 생각 없어요…. 딱히 좋아하는 사람도 없고.”는 개뿔 하고 싶어도 좋아하는 사람이 같은 여자라 말 못할 뿐이야 / 소개팅 주선 자꾸 물어오는 친구에게 “나 연애에 관심 없어”라고 했지만 니가 남자를 소개시켜준다면 기꺼이 나가주지 이 새퀴야! / 너는 에게 “너는 아직까지 연애에 관심이 없다니, 죽으면 몸에서 사리가 나올 듯”이라 했지, 하지만 나도 연애 하고 싶다고! 근데 여자 소개팅은 주선하지 말아라 …돈 아깝다. 아, 보는 이의 마음을 울리는 저 절절한 목소리들을 보라. 이반이나 일반이나 연애에 대한 욕구는 별반 다르지 않다. 애인 사귀는데 있어 일반, 이반이 어디 있는가, 그냥 사귀면 좋은 거지, 커플 천국 솔로 지옥이다. 그러니까 나도 좀 생겼으면 좋겠다. 엉엉.

지금까지 조금은 특별하기에, 해야 하는 거짓말들에 대해 알아보았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어찌 진실만을 말할 수 있을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들이 앞으로 이러한 거짓말들 대신 당당하게 사실을 말할 수 있을 때가 올 것이라는 작은 희망을 가져본다.

– QueerGuide_10th 🙂 –

 퀴어가이드 10호 pp.41-43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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